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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Jeremy's book recommendation - 1 공지영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여러명 있지만, 공지영 님은 특히 좋아하는 편이다. 굉장히 다작을 하시는 분이라 열심히 읽는다고 했어도 작품의 3분의 1 정도 밖에 읽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읽은 것으로 기억하는 작품은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즐거운 나의 집, 도가니,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수도원 기행, 사랑후에 오는 것들, 상처 없는 영혼,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별들의 들판 정도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 공지영은 문장력이 뛰어나고, 작품마다 주제가 뚜렷하며, 아주 솔직하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감성적이다라고 하는데, "너무" 감성적일 것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감성적이지 못해서 탈이지 않겠는가. 아무튼, 공지영 작가의 책을 나름 열심히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 세 권은 추천하고 싶다.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책은 바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강동원과 이나영을 주연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한 작품이다. 나는 이 책이 처음 출간되자마자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서 읽었고, 그저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겠다. 책 내용을 구구절절 나열할 필요는 없겠고, 주제를 말하자면 "사형제도"이다. 부끄럽지만,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사형제도에 대해서 그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고, 그렇다면 큰 죄를 지은 사람은 사형을 당하는 것도 당연하다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간단히 말해서, 이 책을 읽고는 그 생각이 완전히 변했다. 영화를 보면 사형제도에 대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충분히 전달되지는 않고, 주인공 두 사람이 부각되는 느낌이 좀 들었는데, 책은 그보다는 훨씬 깊이가 있다. 작가는 인간의 고통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책에 나온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눈물 흘리게 했다. 감성과 이성 모두를 건드리는 이 책은 누구나 반드시 읽어봤으면 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우행시"라고 부르듯, "즐거운 나의 집"을 "즐나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더라. 하긴 신경숙 님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어나벨"이라고도 하니깐, 요즘 이렇게 3음절로 줄여 부르는 것이 유행인가 보다. 공지영 작가의 새로운 책이 나오면 그냥 사는 편이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공지영 작가의 책을 사기 시작한 이후로 사지 않은 유일한 책이 "괜찮다 다 괜찮다"인 것 같다. 무슨 인터뷰를 모아놓은 것 같던데, 책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사지 않았고, 나머지는 다 샀다.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고 샀다가 어어어...하면서 빨려드는 책이 있는데, "즐나집"이 그런 책이다. "우행시"와는 약간은 다르지만 그와 만만치 않은 충격을 받았던 이유는, 뭐 물론 소설이니까... 100% 팩트를 다 써놓은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삶... 그러니까 생활을 다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가의 딸 위녕의 입장에서 쓴 성장소설이다. 자신의 딸 뿐만 아니라 아들인 둥빈과 제제까지... 책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까지 실존 인물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자녀들은 분명히 실명으로 등장시켰다. 작가들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소재로 많이 등장시키기는 하지만, 이 정도까지 생생한 "현재의 삶"을 그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본다. 그리고 성장소설이면서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나 공지영 자신의 "봉순이 언니" 등과는 전혀 다른 형식, 그러니까 딸의 입장에서 썼다는 것도 아주 새로운 면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솔직하고 생생한 장면 하나하나, 그리고 알맹이 가득한 알찬 문장들... 아주 "문학스러운" 소설이라고 생각하여, 여러 사람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 이 책을 읽던 시기에, 주변 지인들 중 이 책을 읽던 지인이 여럿 있었는데, 이 책을 읽는다는 이야기를 서로 했을 때 여러 사람의 반응이 그저 "똑같았다".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를 다른 사람의 입에서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문장으로 들었을 때 오는 그 뭐랄까... 그런 흔치 않은 느낌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책의 페이지를 느끼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은 "글이 하나하나 너무 좋아 페이지 넘어가는 것이 아깝다. 아껴뒀다 천천히 읽어야 겠다."라는 것. 이 책은 작가가 딸에게 편지를 하나하나 쓰는 것을 형식으로 하고 있는데, 작가가 읽은 책을 소개해주는 글이 모아져 있다. 그러니깐... 따지고 보면 "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조심해야 한다. 소개되는 책을 다 사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는 작가가 읽고 좋았다는 책이니, 소개하는 글 또한 얼마나 멋지겠는가? 아껴가며 읽고 싶을 정도로 문장이 좋다. 나는 최대한 절제하여 소개된 책 가운데 딱 한 권만 샀다. 어쨌든, 이 책은 묻지마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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