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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처갓집 양념 치킨

오늘 저녁은 어제 사온 갈비탕 끓여서 맛살이랑 먹으려다가 요기요에서 처갓집 양념치킨 6천원 할인해 준다는 이벤트에 넘어가고야 말았다. 21000원짜리 치킨을 방문 포장 주문하면 배달료가 없고, 6천원 할인 15000원을 스마일페이로 결제하면서 스마일캐쉬로 10원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신한 더모아카드로 결제하면 1980원이 적립되니 대총 13000원쯤에 먹는 셈이다.

 

본격적으로 내 돈 내고 치킨 시켜먹기 시작했던 대학생 시절, 흥해의 양대산맥 캡틴 치킨과 회나무 치킨.. 얼마였는지 정확하게 생각나지는 않는데, 처음에 6천원 대였다가 7500원까지 올랐나 싶다. 회나무 치킨은 그 할아버지가 마분지를 오려서 닭 모양 그림을 그려넣은 쿠폰을 주셨었는데, 소중하게 간직하다 10장씩 모아서 치킨 시켜먹던 재미가 쏠쏠했다. 한동 원룸에 살 때는 바로 옆집이 치킨 집이니, 곧바로 방문 포장이 가능해서 좋았다. 20년 가까이 지나서 이제는 할인에 할인을 더해도 13000원이니, 세월이 무섭다.

 

정릉에 사는 동안 배달앱이라는 것이 생겨났고, 치킨집도 많아졌다. 정릉에서도 여러 치킨집에서 주문해서 먹어보고, 갖가지 할인을 노려봤다. 여러 치킨집에서 먹어봐도 지금 기억에 가장 맛있던 치킨집은 처갓집 양념치킨 정릉점이었다. 처음에 슈프림양념치킨 17000원짜리를 요기요에서 3천원 할인해 줘서 14000원쯤에 먹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배달료가 생기기 전이었고, 치킨집들이 배달료를 붙이기 시작했을 때도 이 집은 전용 배달원이 있었는지 배달료를 붙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 처갓집양념치킨 정릉점은 신통한 맛집이었다. 완벽하게 바삭하고 간이 딱 맞으며 고기가 적당하게 익었고, 양념도 딱 알맞았다. 그 일대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집이었다. 한 번은 그 지점에서는 할인이 없고, 다른 지점에서만 이벤트가 있어서 주문해 봤는데, 같은 프랜차이즈임에도 영 그 맛이 안 났다. 같은 프랜차이즈끼리도 지점마다 맛이 다른 건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BBQ의 경우 아파트 단지 바로 길건너에 있던 BBQ 정릉풍림스타점이 맛있게 잘 만들었고, 보국문역 앞에 있던 정릉점은 별로였다. BHC는 솔샘터널 건너편 SK상가에 있던 미아점이 제일 잘했고, 다른 지점은 영 별로였다. 특별히 입맛에 예민하지 않았던 아내도 맛있게 잘하는 지점과 그렇지 못한 지점의 차이를 눈치 챌 정도였다.

 

정릉에 사는 동안 치킨집들이 배달료를 붙이기 시작해서 그 2, 3000원 아껴본다고 매장까지 가서 치킨을 받아오곤 했다. 그나마 가까운 데라야 방문 포장이 가능했고, 가까운 곳도 대부분 차로 다녀와야 했다. 이사 와서 좋은 점 중에 하나가 방문 포장 주문하고 찾으러 갈 때 따릉이 타고 가면 금방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처갓집 양념통닭... 이 동네는 정릉점만 못하다. 조리가 끝난 직후 바로 찾아와서 먹어도.. 뭔가 튀김옷과 고기의 식감이 그만 못하다. BHC도, BBQ도.. 정릉에서 잘하던 집들만 못한 것이 좀 아쉽다. 그나마 레전드 치킨이 값싸면서도 그럭저럭 맛나다.

 

아이들 키우느라 치열하던 그 때.. 아이들 깰까봐 조마조마 하면서 노트북으로 드라마 보면서 둘이서 앉아 먹던 그 치킨 맛이 가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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